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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제목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에 이런 나의 ‘말글,’ 여러분과 나눕니다.
<정 수복 박사의 63번째 한국출판문화상/학술상 받음을 기뻐하며>

(2023년 1월 6일 늦은 6시/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 레스토랑)


<열면서>

오늘 정 수복 박사가 우리나라 사회학의 역사를 파헤친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1~4권」 으로 63번째 한국출판문화상 학술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이 책의 값을 알아차린 (사)한국인문사회과학원과 한국인문사회과학회가 주는 ‘한국인문사회과학상’을 지난해에 받았고, 뒤이어 한국사회학상도 받았습니다. 이 저서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를 통하여 널리 알려졌지만 학제간 학술지 「현상과인식」(46권 2호/2022년 여름)이 제대로 다루고자 하여 ‘비평 논문’을 실어둔 바 있습니다. 이 책으로 그가 오늘 또 상을 받음에, 공부 밭에서 그가 일구어 거둬들인 열매를 다시 기리며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하여 우리가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마음에 품은 이야기가 있을 터이지만, 이 시간에는 제 마음속에 드리워진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만남 돌아봄>

세월이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모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해가 1975년이니, 이제 반세기가 다 되어 갑니다. 이 세월 동안 저는 복 받은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다름 아닙니다. 제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빼어난 학생들을 만났고, 현실에 빌붙지 않고 올곧게 살고자 한 공부꾼들을 만났습니다. 이 점에서는 제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늘 자랑합니다. ‘제자가 많다’는 부러움도 샀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제가 ‘제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한두 번 실수로 그렇게 쓰고 그러한 말을 입 밖으로 내거나 그런 말을 듣고도 그냥 넘긴 적이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언제나 ‘함께 공부한 사람’이라고 부르고자 했습니다. 통례의 ‘사제지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쩌다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들에게서 셈할 수 없는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공부 길에서 함께 배우고 함께 가르쳤습니다. 함께 공부했습니다.

제가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뭔가 열심히 탐색하고 있던 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정외과 학생 ‘정 수복’이었습니다. 학부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탐색의 길에서 멈춰 서지 않았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줄기찬 사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그러한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기에, 마흔 해가 넘도록 장 미란 박사와 벗해온 삶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저는 그의 행적을 증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에 속합니다.

<폭과 깊이의 공부>

우선, 그는 자신이 받은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지 않고 이를 백분 떨쳐 펼치고자 열심히 산 사람입니다. 바깥세상의 부침과 거기에 따르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 자신을 추스르며 해야 할 일을 했으며 걸어갈 길을 걸었습니다. 구태여 자신을 돋보이게 할 것도 낮춰 보이게 할 것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써낸 글들이 이를 보여줍니다. 그의 눈에는 날카롭게 꿰뚫는 힘이 서려 있고 그의 붓에는 은은한 지혜가 나부낍니다. 이 때문입니다. 가볍게 넘기는 것도 차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부추기고, 마주하기 어려운 것도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이 재능으로 그는 인간과 사회의 다차원성을 뜯어보고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게 낯선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고 묻힌 이야기를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문학과 사회 운동, 이론과 실행, 바깥 나라 사회학과 우리나라 사회학, 이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관심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안락한 자리를 점거한 대학 체제의 사람들이 이러한 일을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는 데 마음 두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학계가 알아주지 않는다며 공부 길을 포기하는 자들과 달랐습니다. 그는 학계에 도전했습니다. 얼굴 두꺼운 자들이라면 모른 척하고 지나치고자 했을 것이나 자기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은 그의 빛을 받아 학계를 새삼 비춰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체제의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참다움의 푯대>

제가 살아온 삶의 길이 짧지 않은 까닭에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양도 만나고 이리도 만났습니다. 양의 탈을 쓴 이리도 만났습니다. 충직한 헌신자도 만났고 가증한 배신자도 만났습니다. 방관자도 만났습니다. 물론 알곡도 만났고 쭉정이도 만났습니다. 체코의 반체제 극작가 하벨을 따르면, 삶은 두 갈래입니다. ‘진리’ 안에서 사는 삶과, ‘거짓’ 안에서 사는 삶입니다. 정 박사는 ‘참다움’을 푯대로 삼아 겉과 속을 달리함 없이 자기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바깥 힘에 굽실거리는 비굴한 삶을 경멸하고, 하늘을 보며 가슴 펴고 사는 의젓한 삶을 귀히 여겼습니다. 학문에 대한 소명 의식 없이 대학을 편리하고 편안한 직장으로 여기며 일상에 묻혀 사는 부류와는 다르게, 그는 울타리 없는 너른 삶터에서 이 소명 의식의 본보기로 살았습니다.

정 수복 박사는 누구도 가본 바 없는 저쪽 어디를 향하여 외로운 광야 길을 걸어가는 올찬 삶의 순례자입니다.

<맺으며>

현실을 최종의 잣대로 받아들이는 얕은 생각의 무리와 달리 현실 너머 초월의 차원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깊은 생각의 사람이라면, 그가 걸어온 공부 길 앞에서 자기 모습을 겸손히 되돌아보고 두루 살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 이 모임은 상을 받게 된 그의 일굼과 거둬들임을 다시 새기며 함께 기뻐하는 자리이자, 현실 그 너머의 세계에 잇대어 현실을 뜯어보는 집합 성찰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제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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